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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주행이 허브에 미치는 영향
비 오는 날 자전거 주행은 도심 속 짧은 이동부터 산악 코스 주행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공통적으로 허브는 큰 위협을 받는다. 노면 위 물에는 단순히 빗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 기름 성분, 차량에서 흘러나온 금속 가루, 도로에 쌓인 먼지와 모래가 섞여 있다. 이 오염물질이 허브 내부에 들어가면 윤활제가 빠르게 오염되고, 금속 표면에 미세한 흠집을 낸다. 특히 컵앤콘 방식 허브의 경우, 볼 베어링이 오염물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마모 속도가 빨라진다. 실드 베어링 허브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내부 씰이 물을 막아주긴 하지만 반복적으로 빗물에 노출되면 씰이 손상되거나 틈새로 수분이 스며들어 윤활제를 약화시킨다. 결국 허브는 처음에는 단순히 회전이 둔해지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 녹 발생 → 베어링 손상 → 축 흔들림 → 주행 불안정이라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기본 세척: 외부 오염물 제거의 첫 단계
허브 관리의 시작은 “빗물과 함께 달라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주행 직후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오염물이 마르면서 표면에 굳어지고, 이후 청소 시 더 큰 힘이 필요하며 허브 주변에 기계적 손상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주행 직후 바로 세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척 시에는 중성 세제를 소량 희석해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강한 세제나 기름 제거제는 허브 내부 그리스까지 씻어낼 수 있어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킨다. 외부 세척에서는 브러시나 부드러운 스폰지를 활용해 허브 플랜지, 스포크 결합부, 디스크 로터와 맞닿는 면을 꼼꼼히 닦아야 한다. 진흙이 많이 묻은 MTB의 경우 바퀴를 분리해 따로 세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고압 세척기 사용은 절대 피해야 한다. 씰을 뚫고 물을 밀어 넣어 내부에 물기가 고이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충분한 물로 흙을 불려낸 뒤, 천으로 닦아내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접근이다.건조와 수분 제거: 허브 관리의 핵심 단계
세척이 끝나면 건조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많은 초보자들이 허브 외부만 닦고 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틈새의 수분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허브 베어링 사이, 액슬 나사산, 프리허브 바디와 허브 쉘 사이 공간은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수분이 남기 쉬운 부분이다. 만약 이 수분이 남아 있으면 내부 금속 표면이 녹슬고, 시간이 지나면 베어링이 굳어버린다.
건조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자연 건조: 마른 수건으로 닦은 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워두는 방식이다. 간단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에어 블로어 활용: 저압의 공기를 틈새로 불어 넣어 수분을 날린다. 정비소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집에서도 소형 블로어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 에탄올 활용: 소량의 에탄올을 면봉에 묻혀 틈새를 닦으면,揮발성과 함께 수분 제거 효과가 있다. 단, 과도하게 사용하면 플라스틱 부품이나 고무 씰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허브는 “겉은 말랐는데 속은 젖어 있는 상태”를 피할 수 있고, 이후 윤활 작업의 효과도 극대화된다.
재윤활: 베어링 보호와 구름성 회복
비 오는 날 주행은 윤활제의 적이다. 허브 내부에 있던 그리스가 씻겨 나가면서 금속 표면끼리 직접 맞닿는 ‘건식 마찰’이 발생하기 쉽다. 이를 방치하면 허브가 “거칠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따라서 세척과 건조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윤활을 해줘야 한다.
- 컵앤콘 허브: 콘 너트를 풀고 베어링을 꺼낸 뒤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고 새 그리스를 충전한다. 초보자는 이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비 영상을 참고하면 점차 익숙해진다.
- 실드 베어링 허브: 구조적으로 완전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외부에서 침투 방지용 오일을 얇게 발라주거나, 정비소에서 베어링 자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 프리허브 바디: 내부 폴과 스프링에 가볍게 저점도 오일을 발라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점도가 너무 높은 그리스를 쓰면 폴의 움직임이 둔해져 ‘클릭 소리’가 줄기는 하지만 제때 체결되지 않아 미끄러짐(slipping)이 발생할 수 있다.
재윤활의 핵심은 ‘과하지 않게, 필요한 곳에 정확히 도포하는 것’이다. 과도한 그리스는 먼지를 더 끌어들이고, 적은 양은 금속 보호 효과가 약하다.
관리 주기와 환경별 대응 전략
허브 관리의 빈도는 자전거의 종류, 주행 환경,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생활 자전거는 비를 맞더라도 주행 거리가 짧은 경우가 많아, 외부 세척과 건조만으로도 상당 기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MTB나 그래블 자전거는 진흙탕, 물웅덩이, 습한 산악 환경을 자주 달리므로 거의 매 라이딩 후 허브 관리가 필요하다. 로드바이크는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비를 맞을 경우, 허브 내부까지 반드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비 주행 직후 외부 청소·건조는 필수이며, 3~6개월마다 허브 내부 점검 및 재윤활을 권장한다. 하지만 빗속 라이딩이 잦다면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야 한다. 정비소에서는 보통 “생활용 로드바이크는 1년에 1회, MTB는 6개월에 1회, 비 자주 맞는 환경에서는 3개월에 1회”를 권장한다. 결국 허브 관리 주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내가 얼마나 자주 빗속에서 타느냐’와 ‘환경이 얼마나 혹독하냐’**에 달려 있다.장기적 관점에서 본 허브 관리의 의미
허브 관리가 소홀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커진다. 허브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휠과 프레임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구름성이 나빠지면 라이딩 효율이 떨어지고, 작은 저항이 누적되면서 체력 소모가 커진다. 또한 허브 손상이 진행되면 스포크 텐션 불균형, 휠 휨 현상, 브레이크 간섭 등 2차 문제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허브 하나를 관리하지 않아 전체 휠셋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비 오는 날 주행 후 허브 관리 습관은 단순히 ‘자전거를 오래 쓰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라이딩 안전·효율·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특히 초보자라면 작은 관리 습관 하나가 수십만 원 이상의 유지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허브 관리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행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라 요약할 수 있다.'자전거 부품 관리 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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